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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실 바닥의 타일은 물을 완전히 막지 못합니다. 물을 실제로 막는 것은 타일 아래에 시공된 방수층이고, 타일과 줄눈은 그 위를 덮은 마감일 뿐입니다. 그래서 줄눈이 갈라져도 방수층이 건강하면 당장 아랫집으로 새지는 않지만, 방수층이 수명을 다하면 겉이 멀쩡해 보여도 물은 아래로 내려갑니다.
방수층은 여러 이유로 나이를 먹습니다. 건물이 미세하게 움직이며 생기는 균열, 뜨거운 물과 찬물이 반복되며 주는 수축 팽창, 배수구 주변 부속의 노화가 대표적입니다. 특히 바닥과 벽이 만나는 모서리, 배수구 둘레, 문지방 아래는 방수층이 끊기기 쉬운 취약 지점이라 문제가 시작되는 자리도 대개 이곳입니다.
방수층 누수의 신호는 욕실 바깥에서 먼저 보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랫집 욕실 천장에 얼룩이 생기거나, 우리 집 욕실 문 앞 마루가 들뜨고 거뭇해지거나, 욕실과 벽을 맞댄 방의 벽지 아랫부분이 눅눅해지는 식입니다. 욕실 안에서는 줄눈 변색과 타일 들뜬 소리 정도가 단서인데, 이것만으로는 배관 누수와 구분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진단의 핵심은 계통 구분입니다. 욕실 아래가 젖는 원인은 방수층 노화일 수도, 벽 속 급수관이나 온수관일 수도, 배수관의 이음 불량일 수도 있습니다. 물을 채워 보는 담수 시험과 배관 압력 확인을 병행하면 어느 계통의 문제인지 가려집니다. 계통이 다르면 공사의 범위와 방법이 완전히 달라지므로, 이 구분 없이 방수 공사부터 하는 것은 순서가 뒤집힌 일입니다.
방수층이 원인으로 확인되면 보수 범위를 정합니다. 취약 지점 중심의 부분 보수로 되는 경우도 있고, 방수층 전체가 수명을 다했다면 전면 재시공이 맞는 경우도 있습니다. 어느 쪽이 합리적인지는 현장 상태에 달려 있으므로, 상태를 확인한 뒤 범위와 비용을 작업 전에 확정하고 동의를 받아 진행하는 것이 올바른 절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