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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 계량기는 요금을 재는 기계이면서 동시에 훌륭한 누수 감지기입니다. 아파트라면 현관 옆 복도의 철제함이나 계단실에, 단독주택이라면 마당이나 대문 근처의 보호통 안에 있습니다. 뚜껑을 열면 숫자판과 함께 작은 회전 표시가 보이는데, 이 표시는 아주 적은 양의 물만 흘러도 도는 예민한 부품입니다. 점검의 주인공은 바로 이 표시입니다.
시험 방법은 단순합니다. 집 안의 모든 수전을 잠그고, 세탁기와 정수기·비데처럼 물을 쓰는 기기의 밸브까지 닫습니다. 그 상태에서 계량기의 회전 표시를 지켜봅니다. 아무도 물을 쓰지 않는데 표시가 돌고 있다면, 계량기를 지난 물이 어디선가 빠져나가고 있다는 뜻입니다. 회전이 아주 느릴 수 있으니 표시의 위치를 사진으로 찍어 두고 시간이 지난 뒤 다시 비교하는 방법도 좋습니다.
표시가 돈다면 다음은 범위 좁히기입니다. 변기의 물탱크 부속 노후가 가장 흔한 원인이므로 먼저 확인하고, 세대에 중간 밸브가 있다면 구역을 나눠 잠가 가며 회전이 멈추는 지점을 찾습니다. 옥외 배관이 있는 단독주택이라면 마당 수전과 보일러 주변도 후보에 넣습니다. 여기까지의 결과를 메모해 두시면 이후 탐지에서 곧바로 활용됩니다.
이 시험의 한계도 알아 두셔야 합니다. 계량기는 자기를 지나간 물만 잽니다. 그래서 계량기 이전 구간인 인입 배관의 누수, 난방배관처럼 도는 물이 갇혀 있는 폐회로의 누수, 빗물이나 배수관 문제는 이 시험에 나타나지 않습니다. 계량기가 멈춰 있는데도 어딘가 젖고 있다면, 급수 외의 계통을 봐야 한다는 정보로 받아들이시면 됩니다.
계절이 바뀔 때 한 번씩, 그리고 요금이 낯설게 나왔을 때 이 시험을 해 보시길 권합니다. 몇 분이면 끝나는 확인이지만, 몇 달씩 이어질 뻔한 미세 누수를 초기에 붙잡는 경우가 드물지 않습니다. 계량기 앞에 서는 습관이 집을 지키는 가장 저렴한 보험인 셈입니다.